연예인들의 정치성향

14/07/2021

 〔정치〕한국 연예인들과 정치

한국이나 일본이야 정치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유명인들이나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은 그렇다 쳐도 선진국 중에서는 정치적인 관심도가 심각할 정도로 높은 한국에서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걸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인 무관심이 한국보다는 많은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꽤나 활발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잘 이해가 안 된다. 대체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긴 한 건가? 확실한 건 데이비드 캐머런이 그 건을 들고 와서 자기 고환이 감전되기를 원한다는 것뿐이다. 난 유럽에 놀러 가는 게 좋다. 난 그런 자유를 좋아한다. 물론 난 요즘 영국인들, 특히 런던 밖에 사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유럽 연합 탈퇴랑 뭔 연관인가? - 리암 갤러거 (오아시스의 보컬) -

미국 할리우드가 얼마나 정치적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공화당원이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바이든을 지지했다. 마틴 스콜세지 같은 영화감독이나, 짐 캐리,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에반스 같은 연예인도 민주당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지미 키멜이나 코난 오브라이언 같은 스탠드 업 코미디언도 진보적인 성향을 자주 드러낸다. 최근에는 입 진보라고 욕먹긴 하지만 디즈니 관계자들도 대체로 좌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슈워제네거 같은 보수 성향 연예인들도 간혹가다 있긴 하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한 걸로 유명하다. 존 레논은 생략하고,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들은 공식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하는 골수 좌파들이며 사회주의적인 성향을 곡 안에 집어넣는 것으로 꽤나 유명하다.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와 블러의 데이먼 알반 등 1990년

대 브릿팝 중흥을 주도한 음악가들도 모두 정치적인 참여를 트위터로든 행동으로든 하고 있다. 에릭 클랩튼, 필 콜린스, 믹 재거같이 공식적으로 보수당과 우파를 지지하는 연예인들도 있고 말이다. 폴 매카트니 같은 고전적인 음악가부터 두아 리파 같은 현세대 음악가들까지 영국 음악계는 정치 참여가 활발하다.

이거에 비해 한국은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정치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게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보신당의 당원이었던 봉준호나 문소리, 혹은 장항준 같은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는 극소수고, 현세대의 예술가들로 갈수록 점차 정치적인 참여가 떨어지는 것 같은 모습이다. 배슬기나 공지영, NOEL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군사독재를 꽤나 오래 겪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정치를 하는 것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에 대한 영향인듯하다. 일차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고 나는 한국 사람들이 좀 연예인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한국 연예인들이 정치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것에 대한 원인이라고 본다. 저스틴 비버가 한국인이었으면 진작에 음악 활동 종 쳤을 것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같이 헤로인 중독 이력이 있던 사람들도 버젓이 연예 활동을 하고 있는 영미권에 비해 한국은 사회가 보수적이고 도덕적인 기준도 높다 보니 연예인들의 사생활도 연예인에 대한 평가로 들어가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영미권에서는 확실히 인간에 대한 평가와 연예인에 대한 평가는 갈리는 분위기다. 인간은 싫어하지만 노래 아니면 연기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다. 그게 한국에서는 좀 부족한듯하다. 존 레논은 영국에서도 인간에 대한 평가는 쓰레기 같다는 반응이 절대다수인데 반해 팬들은 정말 많은데, 한국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들통나면서 팬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같은 이치로 정치적인 관심이 높은 한국에서, 한 연예인이 정치적으로 경솔한 반응을 하는 것은 곧 연예인의 커리어로 직결되는 일이고, 따라서 정치적인 것을 잘 모르는 연예인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하게 되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역설적으로 한국인들이 정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 연예인이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 치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팬층에서 우수수 떨어져 나가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정치적 관심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에서 50% 정도의 팬들을 잃을 각오를 해야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치적인 발언을 하셨던 연예인들을 보면 더 이상 잃을 이미지가 없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게 부정적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정서에 차이가 있어서 그럴 뿐이라는 것이다.

더불어서 난 그동안 정치적인 발언을 했던 사람들의 이미지가 너무 나빴던 점도 이런 점에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공지영, NOEL 이런 사람들은 객관적으로만 봐도 이미지가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이문열이나 복거일같이 정치적인 발언 많이 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미지가 (그나마) 나은 작가들은 몇 명 있지만 이 사람들은 애초에 현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 또는 유명인이라고 하 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상대편에서 더 이상 잃을 팬들이 없는 원로 보수주의자들이기 때문에(당장 복거일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표주 자느니)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만화가 윤서인이나 가수 NOEL 작가 공지영 이런 사람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막 하고 이미지가 순식간에 실추된 것을 보면 당연히 다른 연예인들은 정치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다른 행동들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된 NOEL과 다르게 공지영이나 윤서인 같은 사례는 정치적인 발언이 이미지 실추의 80%를 차지한다. 이러니까 누가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 있겠냐 이 말이다.

정리하자면 다음 3가지와 같다.

1. 군사독재로 인한 사회 문제 제기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

2. 개인의 논란이 곧 커리어로 직결되는 국민 정서

3. 정치적 발언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수많은 과거의 반면교사들

​이 외에도 몇 가지 원인이 한국에서 연예인들의 정치적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데, 연예인들이 진짜로 정치에 무관심한 거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굳이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를 꽤나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라서 안타깝다. 존 레논의 Power to the People이나,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투팍 샤커의 Changes 같은 대놓고 정치적인 노래들을 들으면 한국 예술계가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예술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동시에 불편하게 해야 한다. 상업성 대신 예술성을 갖추는 게 어려운 일인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 예술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어차피 우리들을 대변하지 않고, 언론들은 왜곡된 사실만을 전달할 뿐이다. 기업으로부터 진정하게 자유로운 의견을 낼 수 있는 소통 창구는 예술이다. 예술적인 방법을 통해 호전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이나 사회 제도의 문제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예술이 정치와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 예술계가 이런 점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출처] 한국 연예인들과 정치/다움 다다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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